사람 : 삶 이야기/2016 인턴일기
축구차는 남자의 눈물
- 수술방에선 누구나 약해진다 “공 찬다”도 아니고 "축구한다"도 아닌 "축구 찬다"는 전문 용어를 구사하는 남자들이 종종 있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는 비록 축구를 못할지언정 남자 냄새가 나는 호탕한 인간일 가능성이 높다. 내게 그런 용어를 썼던 사람은 대부분 축구를 사랑하는, 몸에 그림을 그리신 형님들 또는 배 나오고 머리는 벗어졌으나 체력은 무시무시한 조기 축구회 아저씨들이었다. 어제 수술했던 남자 환자 한 명이 사투리를 팍팍 쓰면서 축구 차다가 허리를 다쳤다고 말하는데 그 순간 ‘응? 축구 찬다?!’ 순식간에 동질감을 느꼈다. 마치 함께 운동장을 한없이 뛰어다니며 쿨피스로 가슴을 적신 후 목욕탕에서 노곤함을 풀었던 그 옛 친구의 느낌이랄까. 함께 축구 차고 쿨피스 대신 옆에서 다방 아가씨..
2021. 2. 8. 1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