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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바이탈은 덜컹덜컹거렸고 CT에서는 뇌가 성한 곳이 없어 보였다. 뇌경색과 저산소증으로 뇌가 너무 많이 다쳐서 소생 가능성이 없었다. 뇌파도 엉망이었다. 딸에게 어머니가 며칠 못 넘기실 거라고 이야기하며 DNR을 받았다. 소변은 안 나온 지 오래고 수액을 넣는 만큼 부종이 생겨 수액 양도 최대한 줄였다.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했던 딸도 마음을 추슬렀다. 그리고 지난주 월요일 어머니를 편하게 보내드리고 싶다 이야기했다.

그런데 어머니가 떠나지 않으신다. 죽은 모습으로 호흡기에 의지해서 살아계신다. 매일 같이 울며 엄마 좋은 곳에 가라며 작별 인사를 나누던 딸은 이제 눈물이 다 말라버렸다. 집을 떠나 중환자실 앞에서 긴 밤을 보낸 지 벌써 2주가 넘었고, 얼굴은 하루가 다르게 수척해져 간다. 고통 슬픔 피곤에 젖어 있는 딸의 눈을 보고 있으면 하려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안 난다. 그냥 옆에서 하시고 싶은 이야기 가만히 듣고만 있는다.

떠나지 못하는 어머니도, 천천히 죽어가는 어머니를 지켜봐야 하는 딸도, 그 사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치의도. 모두가 힘겨운 무거운 밤이다.

2016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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