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 삶 이야기/2016 인턴일기
노부부에게 받은 동의서
인턴을 시작한 3월을 떠올리면 아직도 기억에 남는 몇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가 동의서 받기다. 지금이야 어떤 부분이 중요한지 아니까 넘어갈 부분은 넘어가고 중요한 것들만 강조해서 설명하고 사인을 받는데, 그때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더듬거리며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히 설명하다 보면 환자나 환자 보호자는 무슨 설명을 그렇게 길게 하냐는 표정으로 “네... 네...” 이렇게 기계적인 대답을 하였고, 주눅이 든 내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 가곤 했다. 특히 내가 잘 모르는 내용에 대해 동의서를 받을 때, 가족들이 한데 모여 심각한 표정으로 환자를 에워싼 채 나만 바라보고 있을 때는 진땀이 났다. 그리고 동관 18층 VIP 환자들에게 동의서를 받을 때는 병실 안으로 들어가기가 망설여져 문 앞을 괜히 서성이거나 병..
2021. 2. 8. 1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