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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목사님께서 이 책을 군종들에게 나눠 주시며 감상문을 적어보라고 하셨다. 부담과 기대가 섞인 군종병들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예습한 학생의 여유! 벌써 두 달 전에 읽었기 때문이다. 새로 오신 목사님에 대한 관심으로 그리고 군대라는 곳에서 기독교 신앙이 어떤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서 책을 잡았고, 이틀 동안 열심히 봤던 기억이 난다.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아직까지 내 기억에 남아있는 생각들과 느낌들이 이 책의 진정한 감상이 아닐까 싶다. 나는 그것들을 “어머니 품속”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하고 싶다. 그렇다. 이 책은 내게 어머니의 품속을 느끼게 해 준 책이었다. 그리고 내가 이 안전한 공간을 얼마나 갈급해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내 삶을 돌아보면서 내가 “어머니의 품속”을 경험해 보았는지 돌아보았다. 내 모습 그대로가 받아들여지는 느낌, 난 소중한 존재이고 내가 있는 이곳은 안전하다는 느낌. 언제였는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나는 이런 경험을 거의 해보지 못한 것 같다.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어린 시절 하면 나는 많이 맞았던 기억이 난다. 잠언에 자식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 죽지 않을 만큼만 때리라고 나와 있다지만, 난 정말 지나치게 많이 맞으면서 컸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버지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아버지께서 늦게 공부를 하셨기 때문에 주말에만 집에 오셨고 그래서 집안의 가장 역할을 어머니께서 감당하셔야 했었다. 지독한 가난과 자식 교육의 짐을 어머니 혼자 지시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고, 그래서 그런지 나는 푸근하고 여유 있고 안전한 어머니의 품 보다는 엄격함과 책임감과 자립심을 강조하는 부성적인 품속에서 자랐다. 어머니께서는 그때 이야기가 나오면 ‘가난한 집에 자식 하나 키우는 거 예의 바르게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에 지나치게 엄격하게 키운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이런 성장 배경 때문에 나는 누구보다도 자립심이 강하고 생활력이나 적응력이 좋다. 그것은 여전히 내게 있어서 큰 축복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자라나는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고 뿌리 깊은 자존감을 키워주는 ‘어머니의 품속’을  (거의) 경험해 보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에 내가 가지게 된 문제들도 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이 가끔씩 심각한  고민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 예로 나는 내 감정을 깊게 들여다보는 것이 익숙하지가 않다. 나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드러내는 것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하는 것 보다 더 힘이 든다. 또 다른 이에게 인정받기 위한, 사랑받기 위한 조건들을 만족시키는데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그래서 그런지 늘 불안하고 긴장된다. 무조건적인 받아들여짐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다른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으로 나 자신을 확인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나님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무조건적인 받아들여짐이 아직도 낯설고 거북하다. 나 자신을 그 품에 던지기가 늘 망설여진다.

내가 크리스천이 되고, 대학생이 돼서 믿음의 친구들을 사귀고 그리고 부모님과의 관계가 점차적으로 회복되면서 “어머니의 품”에 대한 내 갈급함도 조금씩 채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정말 많이 회복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린 시절에 생긴 그 빈 공간이 쉽게 채워졌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나를 속이는 일일 것이다. 어린 시절 내가 경험하지 못한 “어머니의 품”에 대한 갈급함. 그 상실의 경험은 쉽게 채워질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내가 살아가면서 회복해 나가야 하는 숙제가 아닐까 싶다.

이런 내게 목사님의 책은 큰 위로가 되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도 그 상실감 때문에 아파하고 다른 무언가를 찾아 헤맨다는 사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그들이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간절히 찾고 있는 그 무언가, 바로 세상 모든 어머니들의 사랑을 모아도 비교할 수 없는 “하나님의 품”을 내가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에 큰 용기를 얻었다. 어머니의 품을 경험해 보지 못한 상실감에 젖어 있는 내게, “규성아, 네가받은 은혜가 충분하다. 슬퍼하지 말거라. 이제 내가 그 품이 되어주겠다.”고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려 준 것이다. 내 지난날의 아픔이 회복되는 느낌이었다.

이 사실 하나 만으로도 목사님이 가지고 계신 “모성적 돌봄”의 목회 철학과 지금까지의 여정을 담은 이 책은 충분히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치열한 삶의 여정 속에서 고슴도치 같은 영혼들을 가슴으로 꽉 껴안는 일이 분명 쉽지만은 않았으리라. 아니,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우리의 인생 과업 중에 가장 어려운 마지막 시험이다. 다른 모든 일은 그 준비 작업에 불과하다”는 릴케의 말처럼 다른 무엇보다도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이 일을 묵묵히 사랑으로 감당하셨고 지금도 노력하고 계시는 목사님이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목회자라는 직업에 입혀지는 껍데기를 과감히 벗어 던지고 인간 대 인간으로, 솔직함으로 병사들을 대하시려는 모습을 보며 많은 도전을 받는다.

목사님의 모든 열정과 에너지의 원천이 주님이심을 믿기에! 목사님과 제자들을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그분의 사랑의 전해지고, 오직 그분만 홀로 영광 받으시기를 원한다. 나도 그런 축복의 통로가 되기를, 어느 누가 와도 진심으로 안아줄 수 있는 ‘어머니의 품’을 가지기를 기도하면서 부족한 감상문을 마친다.

 

2007. 3. 31

참고) http://www.igood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3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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