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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한 정의 중에 “애지욕기생(愛之欲基生)” 이라는 것이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게끔 하는 것이다.” 라는 뜻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우리에게 참 생명을 줍니다.

제가 대학교 2학년 때 친구들과 함께 독거노인 아저씨 한분을 도와드린 적이 있습니다. 후두암에 걸려서 수술을 하셨는데 그 뒤로 말도 못하시고 음식도 잘 못 드시는 분이었습니다. 처음 그 집에 찾아가서 딱 모습을 봤는데, 정말 말 그대로 좀비 같았습니다. 눈은 초점이 안 맞고 침이 이렇게~ 끔찍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 필담으로 의사소통을 했는데 자신이 왜 이렇게 되었고 지금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 교회에 다니는데 “하나님 너무 힘드니까 빨리 데려가 달라고, 죽여 달라”고 기도하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솔직히 어떻게 도와드려야 할지도 모르겠고 너무 힘든 모습이라 막막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거 없이 그냥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찾아가서 청소 해드리고 안마 해드리고 스케치북에 글로 쓰면서 (필담) 이야기 나누고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저씨도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을 여셨고 나중에는 몸이 건강했을 때 리비아에서 일하셨는데 사진도 보여주시고 아들 자랑도 많이 하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참 많이 하셨습니다. 늘 반복되는 이야기라 좀 지루할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방문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저씨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사는 게 너무 괴로워서 몇 일 전에 떨어져 죽으려고 계단 위에 서 있었는데... 너희들 생각나서 차마 못 죽겠더라.” 이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부족하기만 정성이었고 사랑이었는데 그게 아저씨를 살렸다고 생각하니 참 감사하기도 하고 반대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얼마나 주변에 자신을 사랑으로 대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우리와의 그 짧은 만남 때문에 죽지 않았을까...

이렇게 사방팔방이 다 막히고 더 이상 일어날 힘없어 죽으려고 하는 사람을 살리는 것, 살아도 죽은 것 같이 살아가는 사람을 살리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인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 탄약고 근무자가 옆에 전우를 쏘고 자살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같은 군인으로서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또 미국에서는 교포가 여자 친구의 변심 때문에 엄청난 참극을 저질렀습니다. 자신을 정말 이해해주고 사랑으로 품어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니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누군가 건냈다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그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줬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정말 보잘것없고 작은 정성과 사랑이 독거노인  아저씨를 살린 것처럼 말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겁니다. 저와 여기에 온 여러분들이 생활관에 있는 전우들에게, 주변에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그 한사람이  되자는 겁니다. 쓰러져 가는, 죽어 있는, 죽으려 하는 사람을 살게 만드는 친구가 되는 겁니다. 저희가 가진 사랑이 부족하다는 건 우리 스스로다 더 잘 압니다. 그래도 우리 같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믿는 사람의 십자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님을 만나신 분들은, 그 사랑을 아시는 분들은 우리가 받은 그 사랑으로 주위의 형제들을 품었으면 합니다. 모두들 싫어하고 가까이 하기 싫어하는 관심병사들에게 가장 먼저 다다가길 원합니다. 보기만 봐도 소화가 안 되고 욕이 나오는 간부를 용서하고 사랑하자는 겁니다. 도저히 안 된다 해도 노력해 보자는 겁니다. 그리고 아직 그 사랑을 알지 못하는 분들은 먼저 하나님의 사랑을 찐하게 가슴 깊숙이 경험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사랑의 시작은 하나님 사랑입니다. 

여러분들의 작은 노력, 작은 사랑이 사람을 살리는 기적을 일으키리라 믿습니다. 이번 한주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거룩한 부담감을 느끼고 감당하며 살아가는 여러분들과 제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2007. 4. 22. / 주일 저녁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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