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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예배를 드리고 예전에 했던 묵상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마태복음 20장 포도원의 품꾼 이야기 속에 있는 제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저는 아침 일찍 고용된 품꾼이었습니다. 그 누구 보다도 열심히 일하던 저는 노곤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때마침 오후 느지막이 고용된 품꾼들이 눈 앞에 보입니다. 저는 제 자신이 품꾼이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들을 감시자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보면 볼수록 맘에 안 드는 것이 많이 보입니다. 주인에게 감사하다고 말은 하지만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 어떤 열심도 진심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직 그들이 원하는 것은 허기진 배를 채우는 것 뿐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그런데 조금 뒤 저를 너무나 화나게 만드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침 일찍 고용된 제가 오후 느지막이 고용된 품꾼들과 같은 삯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죠. 자존심이 너무 상해서 하던 일을 던져버렸습니다. 그 누구보다 일찍와서 열심히 일한 저는 그들보다 나은 대접을 받아야 하지 않나요! 제가 저 사람들보다 못한게 뭐가 있나요! 세상에 그렇게 자기 맘대로인 주인이 어디 있나요! 이런 사람이라면 도무지 신뢰할 수 없고 따르고 싶지 않다고 외쳤습니다.

한동안 포도밭 한 구석에서 풀이 죽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산들바람과 함께 제 머리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더군요. 제가 잊고 있었던 것.. 오후가 되어 까맣게 잊어버린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그건 바로 포도원 주인이 일을 주지 않았다면 어디서 굶고 있었을 수 밖에 없었던 제 자신의 모습이었습니다. 진짜 가난한 사람은 저 품꾼들 늦게 와서 저와 똑같이 받고 말고 그런거 신경 안 쓰겠지요. 그저 한 데나리온이 감사하고 감사할 다름이겠지요. 저는 제 자신이 그러한 존재로 이 포도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자신이 영적 극빈자임을 받아 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실은 여전히 저를 불편하게 만듭니다. 하나님 앞에서 제가 가난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돌아서서는 다른 가난뱅이들 보다는 부자이기를 원합니다. 거기서 앞서 굽힌 제 자존심을 다시 세우려는 것일까요. 다른 품꾼들의 허물과 부족함을 응시하면서 제가 그들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이전에 제가 어떤 사람이었고 또 어떤 은혜를 받았는지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입니다.

굶주림 가운데 있었던 나를, 아무도 쳐다봐 주지 않는 나를 초대하시고 하루를 살아갈 한 데나리온을 주셨다는 사실을 다시금 기억합니다. 그렇기에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제가 드려야 하는 것은 그저 감사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늘 새로운 은혜만 찾아 헤매이는 제가 아니라 이미 주셨던 은혜를 가슴 깊이 간직하는 저이고 싶습니다. 이제 주변을 그만 두리번 거리고 제 할 일을 하렵니다. 나는 '빚진자' 임을 인정하고 주어진 일들에 충성하는 겸손한 품꾼이 되렵니다.

201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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