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약 20년 전. 초딩 3학년. 생일 날 아침 엄마가 뭐 받고 싶냐고 물어보셨다. 그때 당시 내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우리 집 앞에서 팔았던 150원 짜리 닭꼬치. 정확히 말하면 닭똥집. 하루에 한 두개 먹는 것이 늘 아쉬웠던 리틀 규성이는 생일 선물로 닭꼬치를 원없이 먹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날 저녁 엄마는 이상흐뭇한 미소와 함께 호일에 덮인 뭉치를 하나를 내게 내미셨다. 열어보니 닭꼬치 100개가 뜨악!!!!! 더고 말고 덜도 말고 딱 100개였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며 호일뭉치와 엄마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PTSD 때문인지 그 후 기억이 정확히 나지는 않지만. 얼핏 기억엔 30개까진 행복했고, 50개를 넘어가면서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았고, 60개가 넘어가면서 쥐쥐를 쳤다. 그리고 남은 닭꼬치를 온 가족에게 나눠주고, 그 날 이후 닭꼬치를 향한 내 끝없던 갈망은 끝이 났다.
엄마의 사랑이 듬뿍 담겼던 그 생일 선물. 만약 거기서 사랑이 빠졌고 100개를 다 먹어야 했다면 잊지 못할 식고문으로 기억될 수 있었던. 그 생일 선물. 오늘 집에 가는 길 엄청 긴 닭꼬치를 행복해 하며 먹다 문득 그 일이 생각나 한참을 웃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변함 없이 엄마는 나를 그렇게 사랑하시는듯. 상상을 초월하게, 통크게 말이다. 물론 단지 닭꼬치를 사주시지 않으셨을 뿐이지 (곧 이 글에 '좋아요'를 누르실) 아버지도 그런 분이시다.
* 청년한동 캠프 끝나고 내가 시원섭섭해 하리란걸 아시고는 식탁에 이 봉투를 올려두신 여왕님. 역시!
20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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