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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쓰는 데자와 리뷰

어떻게 해서 이 마성의 음료에 빠지게 되었는지는 명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추측컨대 대학시절 가장 친했던 형이 이 음료에 중독이 됐었고 기숙사 방에 한 번씩 놀러갈 때마다 내게 한 캔씩 건냈던 것이 시작이 아니었나 싶다.

중학교 때 인도에 봉사활동을 가서 ‘짜이‘라는 음료에 매료됐었다. 그 후로 그와 비슷한 향을 내는 밀크티를 맛본 적이 없었고 ‘짜이’에 대한 그리움조차 희미해지고 있을 때 데자와를 만난 것이다. 마시는 순간 노스탤지어가 확 밀려왔다. 잠깐 스쳐지나갔지만 깊은 여운을 남겼던 이성을 오랜 기간 잊지 못하다가, 우연히 그 이성과 닮은 누군가를 만난 느낌이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데자와에 빠진 많은 사람들의 간증이 올라온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간증은 이거다. “사람들을 졸릴 때 커피를 마시고 땀을 흘렸을 땐 이온 음료를 마시며 청량감을 위해 콜라를 마시지만 이건 그냥 마시는거다. 이게 데자와의 가장 무서운 점이다. 마시는 데 이유가 없다는 거. 그냥 생각없이 마시다보면 어느새 하루에 5캔씩 먹곤 빈털터리가 되어 있는 자신을 볼 수 있다. 아마 마약을 타서 파는 것 같다.”

공감된다. 왜냐면 나도 데자와를 처음 마신 후부터 이 음료를 입에 달고 살았으니까. 기분이 좋으면 기분 좋아서 마시고, 우울하면 우울해서 마셨다. 날씨가 춥거나 마음이 헛헛하면 따뜻한 데자와로 몸과 맘을 녹였고, 날씨가 덥거나 인생이 따가우면 차가운 데자와로 그 열기를 식혔다. 시험 기간에 졸리면 데자와로 정신을 깨웠고, 시험을 다 마치면 긴장을 풀려고 데자와를 마셨다. 처음에 언급한 그 형과 할 이야기가 있으면 이렇게 말했다. “형 데자와 한잔 할까요?” 데자와를 손에 들고 우리는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인간에게 행복을 주는 다양한 것들이 있다. 오랜기간 난 먹고 마시고 입는 것과 같은 물질적인 것들이 주는 행복은 수준이 낮은 것이라 여겼다. 꿈, 사랑과 우정, 배움과 깨달음 같은 고상한 것들로 채워진 인생이 진정 행복하다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아닌 것 같다. 그냥 이유 없이 뭔가를 좋아하고 거기에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부러워졌다. 어쩌면 그게 더 높은 수준인 것 같다. 이건 그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좋고. 그러나 실은 ‘이것’ ‘저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와 ‘저래서’를 좋아하는 것이니까.

이유 없이 좋은 것, 그래서 행복한 것들로 일상을 채워보고 싶다. 그래야 한쪽으로 치우친 내 삶이 균형을 찾을 것 같다. 햇살이 좋고 바람이 좋다. 저녁 풀내음과 딸아이의 옹알거리는 소리가 좋다. 책이 좋고 글쓰기가 좋다. 캬.. 거 ‘데자와’ 하기 딱 좋은 하루네.

(첨부사진은 역대급 데자와 병맛 리뷰. 출처 모름.)

202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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