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금일 당직이신 말턴님께서 연락이 두절되어 오랜만에 인턴 일까지 살짝 하면서 당직을 서고 있다. 사진과 같은 말턴뷰에서 말턴포지션을 하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래 맞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 하며 예전에 썼던 글을 읽어봤는데…

아오 더 빡치네ㅎㅎㅎ 난 마지막까지 열심히 했다고!!!

2023.01.07



[어느새 말턴이 되다]

이제 인턴 한달 남았다. 근데 지금 <극한직업: 안과인턴>인 관계로 말턴의 여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진짜 하루에 이만보는 기본이고 뒤꿈치는 다 터지고 밥대신에 쿠사리만 잘 챙겨 먹는다. 3월에 처음 인턴 시작할 때처럼 정신없고 노동강도는 <극한직업: 보령인턴> 후속작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도 명색이 말턴이라 각종 쿠사리에 내성이 생겨 평정심을 잃지 않고 내 페이스로 일 할 수가 있다. '어? 미안 몰랐어. 잘할게 앞으로' 이런 쿨함. '지금 이정도 일해주는게 어디냐'고 스스로 칭찬도 하고.

주사기를 막 던져도 동맥으로 날아간다는 말턴. 3월에는 2시간이 넘게 걸렸을 일을 1시간 30분 정도 누워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30분 만에 끝내버리는 말턴. 그리고 한가지 일을 하더라도 그 이유를 꼼꼼하게 체크하는 말턴. 예전에는 몇 병동인지만 묻고 쏜살같이 뛰어가던 인턴들이 이제는 전화를 붙잡고 연인과 (티격태격) 통화하듯이 이런 저런 대화들을 나눈다.

"선생님 EKG 좀 찍어주세요"
"증상 있어요?"
"아니요 내일 수술 환자라서요"
"정규때 안하고 왜 늦은 지금..."
"환자분이 늦게 입원하셨거든요"
"수술 언젠데요?"
"내일 오후에요"
"그럼 오전에 하면 되자나요"
"주치의 쌤이 오늘 찍어 놓으라고 하셨어요"
".....네....."  
(속마음1 : 진짜일까? 거짓말 같은데..)
(속마음2 : 주치의 이생퀴 진짜.. 지가 안 찍는다고..)

대화를 듣고 있으면 정말 치사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하루 종일 잠시도 쉬지 못하고 콜을 받으며 뛰어다닌 날 (사실 이런 날이 많지는 않지만) 이제는 안 부르지 않겠지 하며 침대에 뻗자마자 콜이 오면 그냥 "네 알겠습니다" 하기는 쉽지 않다. 전에 동생이 병원 기숙사 와서 같이 잤는데 그날 밤에 1시간 간격으로 전화받고 "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지이이이이인짜미취이이이겠눼에에에에~" 라며 꺼질듯한 함숨을 쉬고 걸어나가는 날 보면서 앞으로 형이 주는 돈은 못쓰겠다고 했었다는.

아 그리고 말턴이 되면서 재밌는 것은 조금씩 변해가는 관등성명이랄까.

"비뇨기과 인턴 정규성입니다!"
"비뇨기과 인턴입니다"
"인턴입니다.."
"네..."
"왜요?"

대부분 2~3번 단계에 있지만 드물게 마지막 단계까지 가는 인턴들도 있다. 아니 생각해보니 마지막 단계는 전화를 안 받는거다. 그래도 이런 대답 만으로는 그 인턴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대답은 그렇게 하나 츤데레 또는 찌발데레처럼 (계속 찌발찌발 하지만 속은 따뜻) 하며 맡겨진 일들을 결국 다 처리하는 인턴들도 있기 때문이다. 말턴들의 용맹한 모습은 내가 봐도 너무 너무 멋있다.

부르튼 발에 바세린을 바르고 잠드려고 하던 찰나 다른 말턴들은 어찌 지내나 궁금하여 글을 남겨본다.

20170202

반응형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