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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중환자의학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병원 떠나기 전 들은 말 한마디가 떠오른다.

“선생님은 중환자와 안 맞아요”

다시 찾아가서 묻고 싶다. 어떤 사람이 중환자와 맞는지. 나는 왜 안 맞는지. 그냥 교수님과 내가 맞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시간이 지나 많은 것들이 퇴색하고 잊혀졌지만 저 말 한마디는 여전히 나를 괴롭힌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진 않을 것이다.

2022.09.29


얼마 전 만난 어떤 대학병원 중환자실 담당 교수님이 그러셨다. 중환자 보려는 의사가 이렇게 없는데, 세부전문의 자격이 크게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나름 괜찮은 조건으로 중환자실 전담교수 공고를 올려도 반년 동안 아무 연락이 없다고 한다.

돌아보면 중환자 보는 게 어렵다고 느낀 적은 있어도 못할 만큼 힘들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다. 다만 요단강에 발 담그고 있는 환자 바짓가랑이 붙잡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면서 ‘내일 아침엔 또 뭐로 혼나려나?’ ‘아니 뭘 해도 혼나겠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게 너무 괴로웠다.

작년 중환자외상 펠로우 1년 차 4명 중 나를 포함한 3명이 결국 중환자실을 떠났다. 중환을 보는 게 어렵지만 힘들다 말하지 않던 친구들이었다. 빅5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환자실에서 의사 한 명이 너무 귀한 상황인데.. 기꺼이 여기에 몸담으려 했던 이들이 날개가 꺾여 중환자실을 떠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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