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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 첫날. 프리젠테이션 할 때 왜 이렇게 떨리는 걸까.

어제 뇌경색으로 응급실에 왔다가 TFCA 한 환자. 오늘 뇌부종이 생겨서 decompressive craniectomy를 받으셨다. 울고 있는 아들 딸에게 동의서를 받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이 누구인지, 여기가 어느 병원인지 이야기하셨었는데.. CT 찍을 때 동공은 다 열리고 산소 포화도는 떨어지고 목에서는 가래 끓는 소리가 났다. 너무 놀랐고 그 상황에서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무서웠다.

오후에는 A-line 두 번째로 잡아봤고 ABGA 같은 채혈들을 도와주고 다녔다. 내가 주치의라는 것이 신기했고 내가 생각하고 처방하는 대로 치료가 진행되고, 그게 환자의 경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리고 내 지시사항에 간호사들이 움직이는 것도 신기했고. 모르는 것들을 잘 알려주고 도와주는 친절한 간호사도 있고, 어리버리한 내가 봐도 어리버리한 간호사도 있고. 아직까지는 이러나저러나 내가 너무 부족해서 예의 있게 대하고 있다. 실력이 있어도 예의 있게 대하는 의사가 되어야 할 텐데...

하루에도 수많은 아픔 고민 걱정, 또 기쁨과 기대 이런 감정들의 폭풍 속에서 일을 한다. 이걸 다 느껴버리면 내 감정이 금방 바닥나고 그렇다고 이 감정들을 가슴 한 구석 깊이 묻어 놓은 냉담한 의사가 되는 것은 싫고. 환자에게 감정적으로 너무 휩쓸리지 마라, 거리를 둬라 같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지만, 난 여전히 의사가 환자에게 마음을 쓰는 만큼 환자에게 좀 더 관심 가질 수 있고 치료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환자와의 치료적 거리'라는 건 양날의 검이 아닌가 싶다.

2016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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