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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이 면접에 들어가서
나를 제외한 4명이 질문을 받고
나는 면접관처럼 그 친구들 이야기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나왔다.

 농아인 머시쉽 SCI논문 아산청년봉사상 

소아외과 조혈모세포기증 사회봉사 등등 

할 이야기 많았는데 한 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내 학벌 때문일까. 나이 때문일까.
그냥 내가 어필을 못한건가. 그냥 이럴 수도 있는건가.

면접이 끝나고 한참을 비상구 계단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금도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여왕님께서는 잘난(?) 우리 아들이 어디서 그렇게
대놓고 무시를 당해 보겠냐며 또 한 번 신나게 웃으셨다.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라고 그리고 앞으로 너도 사람을
학벌과 외모로 판단하지 않게 조심하라고 그러셨다

 

만약 오늘의 일이 차별이었다면,
사실 어떻게 보면 나는 그동안
이런 차별의 피해자가 아닌 수혜자에 가까웠다.

 

의사 타이틀을 다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나한테 호의적인 것 같고,
내가 헛소리를 해도 잘 들어주고, 기회도 잘 주고,

인정도 해주고, 생전 없던 인기도 생기고 그랬다.

인생 살이가 좀 쉬워진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종종 받곤 했었는데

그게 솔직히 좀 달콤하긴 했다.
근데 반대편 입장에 서보니 기분이 별로 좋지가 않다.

 

누군가가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도
그 사람의 학벌 직업 외모 때문에
아무도 그 이야기에 관심 가져주지 않고
이야기 할 기회도 주지 않는다면 정말 얼마나 속상한 일일까.

나 또한 그렇게 너 같은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뭐 그리 대단한게 나오겠냐고
관심 한번 안 줬던 사람이 있지는 않았을까.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나를 증명하고 설득하려 하지 않는 것.
그냥 그저 내 삶을 살아내고 오히려 

내가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다시 돌아보는 것.


이 새로운 숙제를 오늘 받은 것 같다

 

 

2016.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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