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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내게 주신 달란트에는 '사람'도 포함된다. 영혼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겨서 겉모습을 보고 값을 매기지 않는 그 날이 속히 오길 바라지만, 아직 나는 사람의 외모로 몇 달란트인지 판단한다. 그리고 그 값어치에 따라서 관계의 양과 질을 결정하는 것 같다.

 

그런데 성경에 나오는 1달란트 받은 종이 혼났던 이유가 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몇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1달란트가 100원이 아니라 3...억정도 되는 돈이었다는 사실이다. 비교의식과 게으름만 아니었다면 그 돈은 불리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큰 액수였다.

 

Mercy Ships에서 생활한지 이제 3주가 다 되어간다. 비교적 잘 지냈지만 내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인관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사실 이곳에 올 때 여기서 일하는 의료진들과 친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공감대도 잘 생기고 배울 것도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나는 이곳에서 “주방에서 일하는 영어를 못하는 아시아인”이다. 그리고 병원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은 밖에서 바라볼 때 약간 배타적인 집단처럼 보인다. 내가 생각하기에 여기서는 4가지 계층의 집단이 있다. 1) 의료진과 각 부서를 담당하고 있는 책임자들 / 2) 의료부서 외 전문기술인력들 / 3) housekeeping, dining room, galley에서 일하는 사람들 / 4) day worker로 일하는 현지인들, 이렇게 된다. 나는 3번이고 1번하고 친해지고 싶은데 자연스럽게 내 주위에는 3번과 4번이 모여든다. 그게 좀 불만이었나 보다.

 

그런데 내가 틀렸다. 내가 비판하는 힘의 논리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나 보다. 하나님께서는 그 사람들의 값어치가 내게 충분함을 깨닫게 하시고는, 너 그 큰 돈 가지고 앞으로 뭘 할거냐고 물어보신다. 이제 내 주변에 붙여 주신 사람들의 값어치를 매기는 짓 그만하고 이미 충분한 그들의 가치를 더 높이는 일에 내 삶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사람'이라는 달란트를 묻어버리지 말고 그들과의 관계를 더 풍성히 만드는 것에 집중하련다.

 

이 관계의 풍성함은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 자체로서 신앙고백이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관계'이며 이웃과의 관계는 그 자체로 신앙고백이 된다. 옆에 붙여준 사람들을 떡볶이 사먹을 때 썼던 1달란트 종이 취급하면서 이곳 저곳에 묻어 둔다면 나중에 악하고 게으른 종이라는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2012년 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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