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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는 어린이 병원에 갔다. 아이들과 찬양 부르고 성경 말씀 나누고, 그 다음에 Mercy Ships 그림을 색칠과 미니어쳐 만들기를 하면서 놀았다.

그 중에서 한 아이가 유독 많이 말랐고 기력이 없어 보였다. 팔은 내 팔의 반쪽이었고 힘이 없어서 크레파스를 칠해도 종이에 잘 묻지가 않았다. 그런데 이 아이는 놀랍게도 미술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다. 색을 하나 하나 신중하게 선택해서 꼼꼼하게 색칠을 했는데, 얼마 안 지나서 진 작품이 완성 되었다. 만들기도 참 잘했다. 이렇게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친해졌고, 나중에는 작품에다가 우리 두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아이는 AIDS 환자였다. 마음이 먹먹해져 왔다. 그렇게 색칠을 이쁘게 잘 하는 재능 있는 아이가, 내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칭찬할 때 환하게 웃던 그 아이가 그런 병에 걸려서 투병중이라니. 그 어린 애가 무슨 잘못인가.. 아마 어머니로부터 수직감염이 되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아이의 어머니도 오래 살지는 못할 것인데..

막상 AIDS인 사람을 만나고 나니까,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웃고 놀고 관계를 맺고 보니까 AIDS를 예방하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지 몸으로 와 닿았다. AIDS 뿐만이 아니라 다른 질병들도 한국이라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여기서는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그 흔한 항생제도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하니까.. 참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기니의 의료 현장이다.

난 그들을 “불쌍히” 여기고 싶지는 않다. AIDS 환자 만났다고 측은히 여기고 시간 지나선 까맣게 잊어버리는 그런 감정놀음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 더 많이 가진 자로써 “당연히” “자연스럽게” 이들을 돕고 싶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병원에 자주 찾아가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내가 가진 작은 돈으로 AIDS 예방 사업을 후원하는 일이겠지. 이렇게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

마음이 먹먹한 늦은 밤이다.

2012.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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