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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장 큰 역설 중 하나는 자기인식이 불안을 낳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불안을 피하기 위해 여러 중독거리들로 자기인식을 외면하는 경향이 있다. "사랑을 위한 사랑" "바쁘기 위한 일" 등을 붙잡으며 그곳에 푸욱 파묻혀서 우리 자신을 들여다 보길 꺼려한다. 나 자신만 봐도 그렇다. 마음의 빈공간에 뭔가를 자꾸만 채우려고 하는 나는 뭔가에 몰두해야만 안정을 찾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 실존적인 질문들을 회피하는 것은 불안 그 자체는 제거해 줄지 모르지만 그 대가로 참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나는 지금 내가 느끼는 이 허전한 빈공간을 긍정해야만 한다.

이 빈공간에 하나님이 찾아오신다. 그리고 그분과의 만남이 가져오는 확고한 자기인식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증명하기 위해 붙잡고 있었던 것들을 놓을 수 있다. "진정한 내려놓음"은 이렇게 주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통해 확고부동한 자기인식을 가지게 될 때 가능하다. 이것 없으면 우리의 내려놓음에는 필연적으로 다른 움켜짐이 뒤따른다. 고집쟁이 야곱이 진정으로 자기 삶의 주도권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것은 한계 상황에서 하나님과 대면하며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야곱의 이름은 이스라엘로 바뀌었고 그의 삶은 그 이름의 변화처럼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이것저것 움켜잡던 삶에서 ‘하나님이 보호하시고 하나님이 싸우신다’는 명확한 자기인식의 삶으로 변화되었다. 이런 야곱의 삶을 볼 때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내가 가진 것들을 내려놓겠다는 막연한 결심이 아니라, 내 삶의 빈공간을 두드리시는 그분을 따뜻하게 모시고 정직하게 대면하겠다는 결심이 아닌가 싶다.

 

 

201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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