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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졸업을 앞두고 다음 진로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다행히 그 후배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그런데 그 길을 가는 것이 하나님의 뜻인지 자신의 욕심인지 몰라서 망설여진다고 그랬다. 어떤 고민인지 나도 잘 안다. 나도 그런 고민을 참 많이 했었다. 그 과정 중에 내 생각을 정리했던 글이 있다. 이 후배에게 전해주며 나도 다시 내 삶의 우선순위를 고민해 본다.  

2015.6.22


한 어린 아이가 있다. 이 아이는 축구를 너무 하고 싶다. 그런데 엄마는 늘 내게 말씀하셨다. 축구하는 것 보다 아버지와 함께 하는 것이 먼저라고. 그래서 이 아이는 축구하고 싶은 걸 꾹 참고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자신을 기특하게 여기면서 말이다.

그러나 자꾸만 축구공에 눈이 간다. 그런 자신의 마음을 더 단단히 붙잡는다. '아.. 나는 아버지보다 축구를 더 좋아하는 나쁜 아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버지는 그런 아들이 기특한 것이 아니라 안쓰럽다. 나랑 같이 즐겁게 축구하면 될 것을.

왜 우리는 정말 원하는 것을 두고 이 어린 아이처럼 행동하는 것일까. 아이는 축구와 아버지 둘 중에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아버지는 축구를 버리고 선택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아이가 함께 축구를 할 대상이다.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라면 아버지도 그게 마음 편하다. 애써 축구공을 보지 않으려는 아들을 바라보는게 어디 쉬운 일이겠나.

내가 정말 원하는 것 보다 하나님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 그렇게 하는 것이 그분께 영광을 돌리는 일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정말 그걸 원하실까. 어쩌면 삶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하나님을 그 선택의 대상으로 넣지 않는 것이 그분을 가장 최우선 순위로 두는 것이 아닐까. 그분은 내 삶의 우선순위를 나와 함께 정하시고, 그 모든 일에 함께 하고 싶어하시진 않을까.

내가 믿는 하나님은 "나냐 엄마냐 축구냐? 셋 중에 하나 선택해!"라며 나를 몰아 부치시는 분이 아니다. 오히려 "규성아, 너 축구할래 엄마랑 놀래? 뭘 하든지 나랑 같이 하자"며 환하게 미소짓는 분이시다. 내가 믿는 하나님은 내 생각 이상으로 나를 크고 넓게 사랑하신다. 이 사실이 나를 자유케 하며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을 더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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