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http://www.ncbi.nlm.nih.gov/pubmed/24894176

 

"심화선택 담당 교수님께서 내가 열심히 (하는 척) 하는 모습을 보시곤 7월까지 논문 같이 써보자고 하셨다. 기본적은 틀이랑 실험도 이루어져 있으니 내용만 좀 더 탄탄하게 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SCI 논문을 쓸 수 있게 되다니!" (2011.04.28)

 

이렇게 시작했던 논문쓰기는 1학년이 끝나도 끝나질 않았다. 방학 때도 실험실에 나와서 써지지도 않는 논문을 붙잡고 씨름했지만 결국 완성을 못했다. 리서치한 자료들과 한글로 써 놓은 논문을 교수님께 드리고 손을 탁! 털어버렸다. 내 이름이 들어간 논문이 안 나와도 좋으니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자신은 한번 한 약속은 꼭 지킨다는 교수님 말씀에 약간의 기대는 있었다. 그러나 그런 습작 수준의 논문을 드리고 뭔가를 바라는 내가 얌채다 싶은 마음이 더 컸다.

 

1학년을 마치고 1년을 쉬었다. 다시 학교에 돌아와서 종종 교수님을 찾아뵙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지만, 논문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았다. 또 다시 열매없는 고생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교수님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물을 드렸던 죄송함도 있었다. 교수님께서도 나와 한 약속을 못지키셔서 미안한 눈치셨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결국 약속을 지키셨다. 내 논문을 기초로 박사과정 친구가 리뷰논문을 썼는데 거기에 'G.S. Jeong'이 올라갔다. 기분이 묘했다.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논문에 내 이름이 들어가 있으니까 솔직히 좀 찔렸지만, 1학년 때 했던 고생을 보상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교수님께서 나하고 한 약속을 잊지 않고 지켜주셨다는 사실이 감동이었다.

 

이번 일로 '신뢰'를 지킨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다. 논문에 내 이름이 남았다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약속이 지켜지고 신뢰가 남았다는 것이다. 한 번 한 약속은 꼭 지킨다는 말을 결국 지켜내는 교수님을 보면서, 평소 말만 앞서고 행동은 따라가지 못하는 나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됐다.

 

어쨌든 지쳐있던 요즘 이런 뜻밖의 선물을 주신 교수님께 정말 감사하다. 그리고 다음에는 내가 1저자인 멋진 논문 한 번 써보고 싶다.

2014.7.13

반응형

'사람 : 삶 이야기 > 2011-2015 의전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 사람'의 가치를 아는 사람  (0) 2015.07.27
무례한 기독교  (0) 2015.07.22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에게  (6) 2015.06.22
내 인생 첫 incision  (0) 2015.06.06
JW LEE CGM Internship review  (0) 2015.03.31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