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cy Ships에 오면서 원했던 것이 딱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닮고 싶고 발자취를 따라 가고픈 의사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프리카의 예수'라는 별명을 지닌 게리는 내가 꼭 한 번 만나 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결국 떠나기 이틀 전인 오늘에서야 선생님의 수술을 제대로 지켜 보고 이런 저런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원래 수술은 한 번 밖에 못 보는데 조르고 졸라서 한 번 더 볼 기회를 얻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먼저 다른 방에서 어떤 젊은 여자 목에 생긴 큰 양성종양을 제거하는 것을 보았다. 제거한 혹이 내 주먹 만했는데 이제 그 정도 혹은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코코넛 만한 혹들도 자주 보니까. 수술이 끝나고 게리 선생님이 있는 방으로 갔다. 막 언청이 수술이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선생님은 8개월 된 아기의 입술에 이런 저런 마크를 하면서 어떻게 수술을 할 것인지 밑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주변의 의사, 간호사들과도 웃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셨다.
준비가 끝나고 기도로 수술이 시작되었다.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모습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보고 있는 내 가슴이 뜨거워졌다. 작은 아기의 머리에 살며시 손을 얹고 하는 선생님의 한 마디 한 마디의 기도가 하나도 그냥 땅에 떨어지지 않고 하늘에 다다르는 그런 기분이었다. 기도에 힘이 있었다. 그리고 그 기도가 끝나자 조금전까지 어수선하고 어설퍼 보였던 수술방 분위기가 달라졌다.
수술은 정말 신기했다. 아기는 오른쪽 입술이 갈라져 있고 오른쪽 코가 푹 꺼져 있었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자 입술도 코도 이쁘게 바뀌었다. 마치 퍼즐이 다시 맞춰 지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런 수술 장면보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동료를 대하는 게리 선생님의 태도였다. 수술방에서 의사들는 조금 거칠어지는 모습이 있는데, 선생님은 정말 여유있고 예의 바르게 행동하셨다. 그저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당연한 듯이 하는 말 하나 행동 하나가 내게는 놀랍게 다가왔다. 그리고 수술을 마칠 때 쯤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분은 정말 겸손하고 온유하구나'
게리 선생님은 수술이 끝나고 마스크를 벗으시고는 날 보면서 환하게 웃어주셨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가 한국에서 온 것과 의학을 공부한다는 것을 아시곤 무척 반가워하셨다. 아프리카에 의사들이 너무나 필요한데 특별히 소아과, 소아외과, 성형외과, 구강악안면외과 같은 분야의 전문의가 되면 이곳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거라고 그러셨다. 그리고 피피티를 열고 구순열(cleft lip)과 그 수술법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도 해주셨다. 덕분에 오늘 수술이 편측 구순열(Unilateral cleft lip)을 교정하는 방법으로 주로 쓰이는 Millard method라는 것도 알게 됐는데, 이건 절대 안 까먹을 것 같다.
자신은 어디 안가고 늘 여기 있으니까 내가 의사가 되어서 와도 또 볼 수 있을거라며 웃으시는 선생님. 그 웃음을 보면서 왜 아프리카 사람들이 게리를 '아프리카의 예수'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난 오늘 너무나 기쁘다. 이런 믿음의 선배를 만날 수 있었다는 것이. "I really want to be a doctor like you."라는 말을 망설임 없이 할 수 있는 의사를 만났다는 것이..
2012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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