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시쉽 이야기] 기니 친구들 집 방문 (10/14)

오늘은 day worker인 Theresa와 Abdoulye 집에 갔다. 10시에 port gate에서 만났는데 Theresa가일이 있어서 늦게 오는 바람에 12시가 넘어서 출발할 수 있었다. 가는 길에 차는 많이 막히고 해볕은 따갑고 차 안은 덥고 그래서 체력이 후달렸다. 때문에 내 오른팔도 빨갛게 그을렸다.

Theresa의 집은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그녀는 나이지리아에서 사업가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이곳에 정착해서 뷰티샵을 하고 있다. 그냥 부엌에서 일할 때는 몰랐는데 집에 가정부를 둘 만큼 형편이 넉넉한 것 같았다. 귀여운 두 딸의 이름은 princess와 Miracle 인데 수줍어해서 같이 놀지는 못했다. 잠시 후에 아프리카 전통 음식을 먹었다. 손으로. 끈적끈적한 빵이랑 감자탕 비슷한 것을 같이 먹었다. 자세히 보니 소 무릎부위랑 발목 부위였다. 고기는 없고 딱딱한 연골만 있어서 먹기가 진짜 힘들었다. 그런데 내 반대편에 앉은 Alice 아줌마는 얼마나 잘 먹는지 이미 연골은 사라지고 더 가다가는 뼈까지 먹을 기세였다. Zamani도 Susan도 내 옆에서 손과 입에 이것저것 묻혀가면서 열심히 먹었다. 함께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는 몰랐는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이들이 원래 먹는 방식으로 음식을 먹는 것을 보니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옷 입은 원시부족의 느낌이랄까. 뭔가 원시적인 느낌이 물씬 나는 식탁이었다. 케나다, 미국에서 온 다른 친구들은 그 음식을 안 먹고 그 다음에 나온 스파케티와 치킨을 먹었다. 나는 그것도 처묵처묵 했다.

다 먹고 나서 TV를 보는데 강남스타일이 나와서 정말 놀랐다. 그게 나올만한 채널이 아니었는데 나와서 더 그랬다. 그만큼 이게 유행인가보다. 하지만 같이 보고 있는데 왠지 우리나라가 우스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문화적 수준이 그 뮤직비디오 하나로 평가될거 같아서 걱정이 됐다. 그래도 같이 간 친구들이 신나하면서 좋아하긴 하더라. 그렇게 티비를 보다가 Zamani랑 Sossou 하고 Abdoulye 집에 갔다. 테레사의 집을 떠나기 전 찰칵! 

Zamani's another name is "the money"

 

그 친구는 미국에서 공부해서 미국 흑인영어를 쓰는데 내가 심심하면 따라한다. 요즘 압둘의 말투가 day worker들 사이에서 완전 유행이다. 암튼 Taxi를 타고 압둘이 사는 마을로 갔다. 근데 알고보니 그 동네는 완전 부촌이었다. 압둘 집은 2층짜리 건물이었는데 방도 엄청 많고 장난아니었다. 함께 일할 때는 잘 몰랐는데 막상 집에 가보니 다들 우리 집보다 더 큰 곳에 살았다. 더 부자인 것 같기도 하고. 2층 발코니 같은 곳에서 아프리카 음식을 먹었는데 그건 라면국물에 오뎅을 넣은 것 같은 음식이었다. 그리고 생강차도 마셨는데 꽤 맛있었다.

바람이 솔솔 부는 발코니에서 압둘의 옛적 사진들을 보고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눴다. 아프리카에서 잘 사는 나라는 가나, 나아지리아, 베넹 등등이 있는데 그 나라들의 특징이 기독교인이 많다는 것이라고 한다. 기독교적인 가치들이 나라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못 사는 나라들의 대통령들이 얼마나 무대가리 짓들을 하는지도 이야기했다. 수수는 자기 친구들 대부분이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서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자신은 그렇지 않다며, 자신은 자신의 나라 베넹에서 그 나라를 발전시키는 일들을 하고 싶다고 했다. 특히 농업을 일으켜서 가난해서 굶는 사람이 없도록 하고 싶단다. 그래서 한국에 가나안 농군학교 같은게 있는데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 이야기해줬다. 또 한국은 어떻게 그렇게 잘 살게 되었냐고 묻길래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해줬다. 그리고 곧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한국에 와서 회의를 한다고 말해줬다. 그러니 이 친구들이 아프리카 대통령들은 맨날 그런거 다니고 그러는데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돈이나 스위스 은행으로 빼먹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그랬다.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배에 돌아오는 길에 찍은 이쁜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