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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했던 라디오방송 중
가장 어려웠던 질문 그리고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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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사람이 죽으면 과연 어디로 가는지, 이런 종교적인 질문들을 하게 될 것 같은데 선생님은 언제, 어떤 계기로 신앙을 가지게 되신겁니까?

부모님을 따라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믿음은 없었는데, 고3때부터 하나님을 간절히 찾고 만나려고 노력했었습니다. 사실 의사가 정말 되고 싶었는데 기적이 일어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내 인생에 기적을 일으킬 대상으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하나님을 찾았었죠. 결과적으로 말씀드리면 저를 만나주신 그분이 제가 의사가 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귀하다는 것, 그분을 만난 것 자체가 제 인생에서 가장 큰 기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잊고 살 때가 많아요. 또 사람 욕심이 끝이 없어서 의사가 되면 만족할 줄 알았고, 우리나라 최고의 병원이라는 곳에서 수련 받으면 만족할 줄 알았는데, 그런 성취를 하면 할수록 더 높아지고 더 잘나고 싶은 욕망이 점점 커지더라구요. 그럴 때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을 가까이 하면서, 많은 죽음을 목격하는 것이 제 삶의 방향을 잡는데 큰 도움을 준 것 같아요.

최근 와이프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의사를 하면서 가장 큰 축복이 뭔지 아냐고. 제겐 죽음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의사가 되기 전에는 가까이서 죽음을 경험할 일이 거의 없죠. 하지만 의사가 되고 나서 죽음이 가까운 일상이 됐습니다. 그래서 내 삶이 유한하고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것을 자주 인식하며 살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지금 내 삶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주 되묻게 되고, 이 유한한 삶 속에서 어떤 것이 정말 가치있는 것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돼요. 그리고 그 가치 있는 삶이란 결국 유한한 인간인 내가 무한하신 하나님과 함께하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Q.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의사로 살다보면 하나님이 정말 우리 곁에 계시다는 걸 실감하는 순간도 상당히 많을 것 같아요?

저는 곁에 계신다는 생각보다 ‘어디서 뭐하고 계실까?’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 가난하고 외롭게 늙어가는 부모님 세대들, 평생 장애를 가지고 차별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하나님은 정말 선하신 분일까?’ 하는 질문이 들 때가 있죠.

그럴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선하시고 우릴 향한 계획을 가지고 계신다” 고백하게 되는데 이건 믿음의 영역입니다. 뭐라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억지처럼 보이지만 달리 방법이 없는. 가장 가까운 친구가 어떤 행동을 해도 그 친구를 믿는 것처럼, 하나님과 저 사이에는 오랫동안 쌓아온 그런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고백이죠.  

하지만 그런 믿음의 고백을 하면서 또 한편으로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하나님의 선하심을 사람들이 어떻게 알지?’ ‘하나님이 사랑이시고 우릴 향한 계획을 가지고 계시다는걸 사람들이 어떻게 알지?’ ‘고통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만 그렇게 하는게 위로가 될까?’ 그런 질문을 던지면서 결국 내 믿음의 고백은 내 믿음의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가슴 깊이 느낍니다.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기꺼이 나눠지고, 내가 가진 것들을 아낌없이 나누고, 우리 눈앞의 현실보다 더 큰 위대한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 그걸 이 땅에서 보여준 이가 예수고 예수를 믿는다는 것은 그분을 닮은 삶을 산다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삶으로 살아내는건 참 쉽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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