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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아무나 쓰신다.

누군가 준비됐다고 쓰시지 않고
준비되지 않았다고 안 쓰시지 않는다.
그냥 그분이 쓰시고 싶으면 쓰신다.

깨끗한 그릇도 쓰시고
더러운 그릇도 쓰신다.
온전한 그릇도 쓰시고
깨어진 그릇도 쓰신다.

원하면 쓰고자 하는 이의
실수마저 실패마저 쓰시는 분이고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신다.

그분께 쓰임 받기 위해
우리가 어떠해야 한다는 생각만큼
그분을 한정시키는 생각은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건
혹여나 부르심이 있을 때
내가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생겨먹은 그 모습 그대로
‘저 여기 있습니다’하고
대답하는 것이다.

‘Lord. Here I am’

그냥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이 단순한 반응, 대답 한마디가
그 어떤 믿음의 행위와 역사보다
더 강력하고 순결하다.

이 사람에겐 더이상
성공과 실패가 의미가 없다.
자신의 어떠함도 의미가 없다.


2022.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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