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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한 기회로 철원병원에 이틀간 머물면서 지역의료 불균형을 직접 보고 느껴봤다. 철원군에 수술하는 외과 의사가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이 큰 충격이었다. 간단한 수술도 1시간 넘는 거리의 포천이나 의정부 소재 병원으로 가야 하고, 외과의 한명만 있었어도 케어할 수 있는 질환들을 많이 놓치고 있었다.
산부인과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는데, 정부의 분만취약지 지원사업과 철원군의 노력으로 2년전 산부인과와 공공산후조리원 운영을 시작했다고 한다. 거의 10년 만에 철원에서 갓 태어난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는데, 그동안 산모들이 겪어야 했던 불편함을 생각하면얼마나 다행인지!
아산에서 소위 잘나고 멋진 서전들과 그분들이 하는 예술 같은 수술들에 익숙해지다 보니, 언제부터 작은 수술하는 서전들을 가볍게 봤었다. 솔직한 말로 ‘그런거 하려고 외과 한거 아니다’ 라는 아주 시건방진 생각을 했다. 하지만 외과가 너무 필요한 이런 곳에 와보니 내가 가볍게 생각한 것들이 절대 가벼운게 아니었다.
한 친구는 내게 ‘꼭 필요한 곳에 있어 주는 의사가 명의’라고 했다. 이런 곳에서 appe, chole, hemo, hernia, rib fx, benign mass, burn 같은 질환을 보는 외과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는 존재 만으로도 명의일 것이다. 훗날 그런 명의의 자리에 있고 싶다.
2022.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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