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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드신 환자분이 돌아가셨을 땐 보호자 조차 울지 않았다. 어느새 우리는 거기에 익숙해졌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아야 할 우리조차 누군가의 죽음을 당연히 여겼다. 조금만 안 좋아도, 아니 안 좋을 것 같아도 서둘러 DNR을 받았다. 내 가족이었어도 그랬을까. 그렇게 쉽게 포기하고 게을리 환자를 봤을까.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쓰러져 오열하는 아들 딸을 보며 갑자기 정신이 든다. 꾹꾹 눌러왔던 무언가가 끓어오른다. 이 모든 상황이, 죽음에 익숙해졌던 나 자신이 혐오스럽다. ‘아버지 깨어나면 사랑한다고 전해달라’던 보호자의 메시지가 나를 심판대 위에 세웠다. 거기서 단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2022.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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