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세 남자. Prostate ca.로 CTx과 RTx 받고 오전부터 fever, diarrhea, general weakness로 f/u 병원 가려고 119 불렀는데 BP 50대로 멀리 못가고 우리병원 넘어온 분. ANC 120.. neutropenia 오고 sepsis가 왔던 것인지 아니면 sepsis 확 진행해서 그런건지 모르겠다만, SBP 50대에 RR 빠르고 mental 쳐지는 전형적인 shock 환자. CM도 뜨고 pul edema 진행하는거로 봐선 SCMP나 ACS 가능성도 있고..
몇명이 달라 붙어 제대로 봐도 힘들텐데 학생실습 나왔나 싶을만큼 일머리 없고 느린 간호사 두세명과 일하려니까 정말 미칠 것 같았다. 환자 세츄 안나오는데 산소도 안 틀어져 있고, Cx는 one site에서 나가고, Intubation 하는데 ambu에 bag은 안 달려있고, line 잡은건 자꾸 빠지거나 새고, Shock position 하라니까 그게 뭔지 모르고, artificial urethral sphincter 있었는데 말도 안하고 foley 꾸역꾸역 넣더니 ballooning 해서 urethra 터트린 것 같고, intubation blade는 소아용으로 주고 tube는 7.5-8.0 넣어야하는데 6.0 가지고 오고.. 마음을 진정하려고 해도 계속 빡침이 이어지고 그러면서 나도 말려서 intubation도 여러번 fail 했는데 이러다 arrest 나는건 아닌가 싶어 살짝 패닉오고.. 정말 인내심의 한계를 느꼈다
샤우팅 하고 싶은걸 겨우 억누르고 그게 저 사람의 최선이겠지 하고 생각했지만, 자꾸만 마음에서 ‘그러니까 니가 여기서 이러고 있지.. 한심하다..’ 하는 경멸적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다행히 나이트 때 acting 두명은 정말 빠릿빠릿하게 잘 움직이고 열심히 해서 내 마음을 위로해줬다. 그러면서 또 드는 생각 ‘이런 애들은 더 좋고 큰 병원에서 일해도 될텐데..’
이 생각이 드는 나 자신이 참 뭐랄까 뿌리부터 썩어 있는 느낌이랄까. 언제부터 사람을 이렇게 보기 시작했을까. 높고 낮음, 강함과 약함으로 보기 시작했을까. 사람을 효율성, 생산성으로 자연스럽게 판단하는 이런 내 모습이 생각보다 너무 뿌리가 깊은 것 같아 속상했다. 하나님의 대대적 수술이 필요할 것 같다.
사태가 어느정도 정리가 되고 NE, dobu 달고 환자 바이탈 겨우 올려서 주변 대학병원으로 전원갔는데, 전원 받는 의사는 내 인계를 제대로 듣지도 않고 “네.. 네.. 결국 septic shock 이라는거죠?” 라며 친절한 말투지만 태도는 성의 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환자 mental 조금 깼으니 T-piece 해보고 saturation 괜찮으면 extu 하자고 아래 전공의한테 이야기하는데.. ‘아니 저 인간은 뭐라는거야.. septic shock에 SCMP 오고 cardiogenic shock도 동반되어 있는 거 같아서 NE, dobu 달고 있다는데 무슨 extu를 한다는거지? Vasopressor를 이렇게 쓰는데? 제정신인건가.. 저런 인간한테 환자를 맡겨야 하는 현실이 참…’
간호사들에 대한 내 분노와 경멸이 담긴 평가는 많은 부분이 내 문제다. 간호사들에게 정확한 오더를 내고 모든 상황을 면밀히 관찰하며 control 하지 못했던, 그냥 사고나고 확인하고 빡치기에만 급급했던 내 부족함에도 원인이 있으니까. 그런데 이 응급의학과 의사에 대한 내 분노와 그 분노를 넘어서는 허탈감은 어떻게 소화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 분노와 허탈감이 괴로우면서도 차차 이런 감정들에 익숙해 질 것 같다는 두려움도 든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회색지대의 의료인으로 산다는 것, 참 괴롭다. 하지만 그 괴로움을 접어두고 ‘그러니까 니가 이런 곳에서 일하고 있지’ 라는 서슬퍼런 생각을 하나님 앞에 내려 놓는다. ‘이런 곳’ 이라 명명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내 자괴감과 패배감도 함께 내려 놓는다. 그리고 기도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이미 내게 주신 것들에 감사하며 최선의 진료를 할 수 있는, 상황을 탓하는게 아니라 선하게 바꿔나가는 당신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게 해달라고.
202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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