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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사를 하니까 비오플 주세요, 두드러기 나니까 리도멕스 연고 바를게요, 이런 보호자의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안 좋다. 그렇게 하라고 해도 크게 상관은 없으면서도 오히려 지켜보자는 쪽으로 이야기하게 된다. 자기 아이 아끼고 걱정하는 부모 섬정을 이해는 하지만, 너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작은 증상에도 어떤 처치를 하려는 부모를 종종 접하게 되는데, 가끔씩은 이런 부모와 내가 아이의 치료 방법을 두고 기싸움 같은 걸 벌이기도 한다.

 

그러다 유독 별났던 엄마 한 명이 오늘 울었다. 선생님은 자기가 하자고 하는 거 다 못하게 하고 도대체 아이를 치료할 생각이 있는 거냐면서. 나는 바로 받아쳤다. 어머니가 하자는 거 다 하면 편할걸 가지고 내가 왜 이렇게 아기 상태 계속 보고 일단 기다려 보자고 하겠냐고, 뭔가를 하는 게 다 치료가 아니라고 목소리 높여 이야기했다. 엄마는 예전에 어땠고 그때 이랬는데 좋았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셨는데 내가 듣기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 끝까지 참고 듣지 못하고, 어머니 걱정 되시는 건 알겠지만 어머니가 하자는 대로 다 하면 의사가 왜 필요하겠냐, 몸에 저 정도로 두드러기 나는 건 크게 문제 될 거 없고 며칠 지나면 괜찮아진다, 근데 온몸에 스테로이드 크림을 덕지덕지 발라야겠냐, 나는 내 경험과 판단에 따른 건데 그걸 치료 안 한다고 생각하시면 안 된다 블라블라 이야기하며 언성이 더 높아졌다.

 

그렇게 해서 결국 엄마는 풀이 죽고 알겠다고 고개를 숙였는데 그 모습이 에효 또 짠하게 느껴지면서 이게 뭐라고 이렇게 엄마 말 잘라가며 뭐라고 했나 싶었다. 미안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그래서 정 걱정되면 바르시라고 달래고 후딱 나와버렸다. 이럴 거면 첨부터 그냥 바르라고 할걸 싶었다.

 

소아를 다루는 것은 어렵지만 그 부모를 다루는 것을 더 어렵다. 특히 이렇게 아이의 치료를 두고 자기주장이 강한 부모를 만나면 그냥 확 반감이 들어 현명한 대처를 하지 못하게 되는 거 같다. 어쨌든 담에는 좀 더 부드럽고 유연하게 대처해서 엄마를 울리는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 아 피곤해..

 

201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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