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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시간 빨리 가는구나. 글을 쓰려고 보니 벌써 6월 중순이다.

 

오늘은 응급실에 SMA thromboembolism으로 small bowel ischemia가 온 환자를 봤다. 영상 소견으로는 소장 대부분이 조영 되지 않고 퉁퉁 부어 있었다. 그 말은 수술해도 살릴 수 있는 장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어찌 됐든 배를 열고 상태를 봐야 해서 다른 병원을 어레인지 했지만, 환자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보내는 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엠뷸런스까지 따라가서 보호자인 남편에게 얼른 아내분 데리고 가셔서 치료 잘 받으시라고 인사하고 돌아오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남편에게 조용히 이야기했다. 가는 엠뷸런스 안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 꼭 다 하시라고. 아내분에게 꼭 사랑한다고도 이야기해 주시라고. 이런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상황이 많이 안 좋아서 지금이 그렇게 의사소통 할 수 있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금세 눈시울이 붉어지는 남편을 보면서 마음이 미어졌다.

 

그분은 엠뷸런스에서 아내분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을까. 어떤 누군가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순간을 그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직업이라니. 정리되지 않는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한다.

 

2017.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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