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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그때가 생각난다. 05년도에 한동대 수화 수업은 교양특론 1학점 과목이었다. 그런데 진짜 3학점 짜리 외국어 과목들 뺨칠 정도로 쉽지 않았다.

그런 어려움 때문인지 수화 수강생들이 조금씩 줄어들고 수화 수업도 축소되고 있었다. 나는 거기에 위기감을 느껴 <수화수업 개선방안에 대해>이라는.. 다시 읽어보니 횡설수설에 길어서 읽을 마음이 안 생기는 글로 학교에 건의를 했었다.

"수화는 한국어의 부산물이 아니다. 농아인 고유의 문화와 전통이 담긴 또 다른 언이다. 그래서 수화를 배운다는 것은 단순히 손짓을 배우는 것 이상이며 다른 외국어를 배우는 것만큼 어렵다. 미국은 1987년에 수화가 공식언어로 지정되었고 대학에서는 외국어의 한 과목으로 수화를 가르친다. 아마 우리나라도 머지 않아 수화가 공식 언어로 지정될거다. 그런 흐름 속에서 수화를 1학점으로 줄이고 분반을 축소해 나가는 것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다."

"한동대학교는 저 멀리 사는 제3세계 학생들이 들어오긴 쉽지만, 가까이에 있는 농아인을 비롯한 장애인들이 들어오긴 어려운 대학이다. 이 문제에 대해 학교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 다른 대학보다 앞서 나갔으면 좋겠다. 그럴려면 앞으로 10년 후를 내다보고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그 첫 번째 시작으로 수화 수업을 활성화 시켜달라."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었다. 이 글을 여러 교수님들께 전달하고 설득을 해야 했는데, 막상 교수님들을 만나서는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눴다.

"너 지금 바빠 죽겠는 나한테 이 긴 글을 언제 다 읽어보라고 주는거냐? 네가 결국 하고자 하는 말이 뭐야?"

"아.. 교수님.. 다른게 아니고.. 수...수화수업.. 2학점으로 올려주시면.. 안될까요.. 1학점으로 듣기에.. 너무 어려워서.. 옛날처럼 2학점으로..(긁적긁적)"

그 뒤로 이곳 저곳 몇 번씩 불려 다니고 강의계획서 초안까지 만드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결국 수화 수업은 2학점으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거 하나는 잘했다고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일이었다.

오늘 이 반가운 기사를 보면서 다른 무엇보다 이 쉽지 않은 일을 지금까지 누가 붙잡고 왔을지가 궁금했다. 저 글을 쓸 당시만 해도 '머지 않아' 수화가 공식언어로 지정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국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귀한 변화인 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했을거라 생각한다. 학점 하나 바꾸는데도 한 학기가 넘게 아둥바둥 거렸는데, 이렇게 법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분들이 외로운 길을 묵묵히 달려 오셨을까. 그분들에게 정말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그 노력으로 농아인들의 언어가 다시 관심을 받게 되었고, 법적인 보호와 지지를 얻게 되었다.

미국은 이 일은 우리 보다 30년 전에 해냈다. 그리고 오랜 시간에 걸쳐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안전망을 확보하고 또 보완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달라졌지만, 다른 부분의 발전에 비해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과 그들을 보호할 법적, 제도적 발전이 더딘 것 같다. 사회적 인식은 말할 것도 없다. 장애인 뿐만이 아니라 타국인에 대한, 소수자에 대한 우리 국민의 배타성은 아시아의 그 어떤 나라보다 강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앞으로 더 나아질 것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노력으로 그 시간을 좀 더 빨리 앞 당길 수 있으면 좋겠다. 남들보다 강해야만 살아남는 사회는 승자도 패자도 다 패자가 되는 사회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노력은 결국 나를 위한 것이고, 이 나라를 살게 될 내 자녀들을 위한 것이다.

뭐 주저리 주저리 많이 썼는데 결론은 수화가 공용어가 돼서 기쁘다는 것. 10년 전 에피소드를 생각하며 뿌듯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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