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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청년한동>

청년한동의 회원수는 대략 200명 정도 입니다. 그리고 올해도 한동 후배 서른명 정도가 보건의료계열로 진학했습니다. 약대로 진학한 학생들 명단까지 확보하면 더 늘어나겠지요. 이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청년한동 캠프 준비가 요즘 한창입니다. 기대가 되면서 솔직히 좀 부담이 됩니다.  

그런데 가만히 저를 돌아보니 제가 고민하는 것은 이번 캠프가 아니었습니다. 제 진짜 고민은 청년한동 모임 자체에 대한 것이었는데, 그게 너무 커보인 나머지 눈에 보이는 캠프에만 관심을 돌리고 있었던 것 같더군요. 청년한동 회장을 하면서 제 맘속에 있었던 이야기.. 언젠가는 이야기할 때가 오겠지 하면서 미루었던 이야기를 오늘 해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청년한동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청년한동을 모으는 일은 제게 정말 어려우면서 쉽고, 쉬우면서 어렵습니다.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출신학교와 앞으로 종사하게 될 분야가 같다는 것 만으로 모이기에는 서로 너무 다르고 바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한동을 아끼는 사람이 많지만, 아무 감정이 없거나 오히려 싫어하는 사람도 적지 않지요. 기독교인이 다수지만 그 안에서도 색깔이 서로 다르며, 기독교에 관심이 없거나 오히려 치를 떠는 사람도 있습니다.

의전 치전 한의전 약대 간호대 그리고 보건의료의 다른 분야에 이르기까지 참 다양한 분야에서의 한동인들이 이 모임의 구성원 입니다. 이렇게 다른 직종이 모여서 뭔가를 한다는것, 참 어렵습니다. 이 일을 기쁨으로 자원하는 이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이 바톤을 넘겨 드리고 전 그분을 전심으로 따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인지 제게는 어서 이 단체를 이끌어 나갈 구심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조바심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 조바심 만큼 한쪽으로 치우친 구심점이 만들어 지진 않을까 하는 염려가 늘 따라 다닙니다. 독실한 기독교인, 열성 한동팬, 순수 생명과학부, 의전원생들이 이 단체의 모든 것을 결정해 버리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하면 효율적으로 단체가 굴러가겠지만, 어쩌면 더 쉽고 빠르게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해 나갈 수 있을지 모르나, 그게 정말 우리가 기대하는 '청년한동'일까요?

개인적으로 제가 기대하는 '청년한동'은 그런 단체가 아닙니다. 더 나아가 제게는 이 모임을 이끌어가는 또 앞으로 이끌어갈 리더들이 한동의 역사를 타산지석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대학, 하나됨을 외치면서 자신을 따르지 않는 소수를 소외시켰던 한동의 리더쉽이 이곳에서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가슴졸임이 제게 있습니다.

저는 한동에 입학하면서 세상에서 기대할 수 없는 하나된 공동체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그런 공동체는 너무나 경험하기 어렵다는 것과 그런 공동체는 누군가의 눈물과 희생 위에 세워지며 다름을 틀림으로 생각하지 않는 서로간의 이해와 존중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작을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떠 넘기지 않는 용기 또한 너무나 절실히 필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청년한동은 이런 한동공동체의 한계와 숙제를 이어 짊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서 제가 기대하는 청년한동은 다른 무엇보다 서로에 대한 존중이 있는 공동체 입니다. 각자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그 색이 모여서 조화를 이루는 곳입니다. 

물론 그 조화를 만드는 질서는 이 단체의 핵심가치인 '하나님의 도'와 '한동대학의 정신'이 되겠지요.
청년한동이 건강한 공동체가 되려면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울타리는 낮추되 우리가 가진 핵심가치는 지켜내는.. 그런 불편하고 어려운 균형잡기가 필요합니다. 또한 그 핵심가치인 '하나님의 도'와 '한동대학의 정신'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고 선포되는 것이 아니고, 어떤 교파적 정치적 색깔보다도 진한 것이며, 어쩌면 우리가 함께 치열하고 묻고 고민하고 찾아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개인적으로는 저는 청년한동인들이 함께 찾아가는 그 '과정' 자체가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답을 따라가서 내는 '결과'보다 더 하나님의 뜻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모이기 어려운 이유를 이야기 했는데 이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일 수 있는 이유를 이야기 할 차례네요. 제가 생각하는 그 이유들은 어떻게 보면 참 어설프지만 그게 저를 움직이게끔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먼저 청년한동 안에 이미 서로 서로 친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흥해읍 산골짜기.. 수도원이 있을법한 장소에서 함께 부대끼며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우리는 서로를 한마을 고향 사람처럼 느끼는 것 같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듯 청년한동 안에 서로를 그리워하며 삼삼 오오 모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한 학교 다닐 때 오고 가며 많이 봐온 사람들이라 처음 인사해도 그리 낯설지가 않습니다.

처음 회장이 되고 하나 하나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청년한동이라는 이름으로 모은다고 생각하면서 참 마음이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이미 모여 있는 그룹들이 다 함께 모이는 자리를 '청년한동'이라고 생각하니 한 번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동이 맺어준 끈끈한 네트워킹이 더 큰 네트워킹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우리 각자에게 청년한동에 대한 기대감이 있습니다. 아직 부족함 많고 어쩌면 그 실체도 분명하지 않은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청년한동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대다수가 가지는 마음은 "그거 왜 하는거야?"가 아닌 "그래.. 우리 모여야 하지 않을까?" 라는 것이.. 막연하긴 하지만 이런 기대감들이 제게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모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Why not change the world?" 라는 말에 가슴이 뛰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고 싶다는 우리들의 철없는 소망은 한동이 우리에게 남겨준 유산입니다. 그리고 그 소망이 크던 작던 우리 안에 남아 있기에 이렇게 청년한동이라는 모임을 이야기 할 수 있는게 아닐까요? 함께 모여 한동에서 보낸 우리의 청년시절을 추억하고, 구겨지고 때묻은 우리의 꿈을 다시 함께 펴 보고, 바뀌지 않을 것 같은 불의한 세상 속에서도 용기를 잃지 않도록 서로를 토닥이는 모임. 이 모임에 대한 기대가 우리 각자의 가슴 속에 있다고 전 믿고 있습니다.

글이 많이 길어졌네요. 글을 다시 보고 고치고 고쳐도 부끄럽긴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나 이 단체에 대한 고민을 더이상 서로 미루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렇게 용기를 냅니다. 저는 지금 리더의 자리에 있지만, 청년한동에 속한 작고 작은 한 사람일 뿐입니다. 큰 퍼즐의 한쪽 귀퉁이를 채우는 작은 조각일 뿐입니다. 나머지 조각들은 청년한동에 속한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 입니다. 나머지는 빈공간은 제가 아닌 여러분들이 채우셔야 합니다.

우리 이번 청년한동 모임 때 꼭 봅시다.

함께 모여 우리에게 주어진 큰 그림을 함께 맞춰 갑시다.

캠프의 표어를 마음으로 외치며 여러분들을 기다릴게요! 

"응답하라, 청년한동"

2014.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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