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 삶 이야기/2016 인턴일기
피부 꿰매는 게 처음이라
파견근무 첫째 날. 저녁 9시쯤 눈 주위가 찢어진 환자가 왔다. 아스피린을 먹는 분인 데다가 작은 동맥 하나가 찢어졌는지 피가 멈추지를 않았다. 출혈이 나는 혈관을 모스키토로 잡고 타이로 지혈한 다음 여유롭게 봉합을 하고 싶었으나 그게 말이 쉽지 현실은 달랐다. 와이퍼를 가장 빠르게 움직여도 감당이 안 되는 폭우 속에서 한 치 앞을 보지 못하고 운전을 하는 기분이었다. 하필 그런 분이 내 응급실 첫 봉합 환자라니. 다음 환자는 입술의 한가운데가 1cm 정도, 다음 환자는 두피와 눈꺼풀이, 다음 환자는 엄지발가락 사이가 찢어져서 왔다. 하나하나가 다 내게는 난감한 과제였다. 꿰매는 것도 힘든데 보호자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 더 긴장이 됐다. 여유 있는 척했지만 손은 덜덜 떨리고 이마와 등에 땀이 송골송골 ..
2021. 2. 8. 1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