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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보고 싶은 친구 한 명이 있습니다. 군대에서 제 6개월 선임이었는데, 그때 당시 그 친구는 여러 일들로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가까이 지내는 저마저도 진이 빠질 정도였습니다. 이제 그 친구와 거리를 좀 둬야겠다고 결심했던 어느 주일. 그날 설교 제목이 '한 사람'이더군요. '나를 군에 보낸 하나님의 뜻이 어떤 큰 일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옆에 있는 한 사람을 위한 것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설교를 들으면서 제게는 그 한 사람이 그 친구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는 그 친구가 예수님을 만나면서 회복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늘 도움을 줘야만 할 것 같은 친구가 어느새 제 신앙의 동역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내 같은 놈도 예수님이 싸랑하신다는게 감사하다"는 이 부산 싸나이의 고백을 들을 때면, 저는 가진 것이 너무 많아 예수님을 따르지 못하는 부자청년이 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런 고백을 하고 몇 년이 지난 후 이 친구는 태권도 선교사가 되어 모로코로 떠났습니다. 바로 몇 달전 일입니다.

 

이번에 박세업 선교사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문득 그때 들었던 설교가 떠올랐습니다. mHealth, community-based primary health care 등 지금 하고 계시는 사업들에 대한 내용도 인상 깊었습니다. 하지만 제게 그것보다 더 다가왔던 것은 모로코 사람들을 아끼시는 선교사님의 마음이었습니다. 선교사님께서 진행하고 계시는 사업들이 어떤 크고 멋진 일들을 해내겠다는 포부가 아니라, 그곳에 있는 '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시작되는 것 같아 마음에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매일 매일 환자들의 집을 방문하고, 약을 먹지 않는 환자를 커피 한잔 사주며 설득하고, 결핵에서 완치되더니 감옥에 가버렸다며 허허 웃고, 같이 일하는 현지 직원들의 결혼을 걱정하는 일은 요즘의 국제보건처럼 세련되지도 비용 효율적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 국제보건 전문가들이 되찾아야 하는 한 가지가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너무 멀찍이 떨어져 "야 이렇게 낚시하면 되자나" 외치고만 있는건 아닌지. 그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한명의 선생이 아닌 옆에서 함께 고기를 잡고 나눠 먹을 친구가 아닐런지. 그런 관계 속에 있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변화시키고 그 사람이 속한 공동체를 살리는 것은 아닌지. 이런 저런 생각들이 들었습니다.

 

강연을 듣고 전주로 내려오면서 친구 녀석한테 카톡을 했습니다. 오늘 모로코에서 오신 정말 멋진 선교사님 한 분 만나 뵈었다고. 나도 나중에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그러니 그 친구가 웃으면서 그러더군요. 바로 근처에 사신다고. 만나뵌 적도 있고 자기 친구 중에 의료선교사가 되고 싶은 친구도 있다고 이야기 했답니다. 요즘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선교사님과 이 친구를 통해 다시 한 번 '한 사람'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네요. 그리고 하나님께는 제가 그 '한 사람'이라는 사실도 함께요.

 

감사합니다 박세업 선교사님!
그리고 모임을 준비해 주신 선생님 모두요 :)

201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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