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그분이 다 하신다>

요즘 그때가 많이 생각난다.
 
내가 군복학 했을 무렵 수화2 수업이 폐강되었다. 수화2 수업은 SOUL에게 꼭 필요한 수업이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 이 수업을 다시 개설하는 일이 마음의 짐처럼 남아 있었다.
 
2009년에는 수요가 너무 적어 엄두를 못 내다가 2010년도에 소울10 학번들이 많이 들어오고 나도 졸업이 얼마 안 남았기에 올해 꼭 이 일을 성사시키리라 마음 먹었었다. 수업을 듣겠다는 사람들 명부를 만들고 GLS 학부장님께 메일을 보냈다. 2년 전에 이 일로 몇 번 찾아뵌 적이 있다고, 다음 학기 수화2 수업을 교양특론으로 열었으면 좋겠다고, 자세한 사항은 만나서 말씀 드리겠다고, 연락을 드렸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답이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교수님을 찾아가서 말씀 드리거나 다시 메일을 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난 그렇게 하지 않았다. 소울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또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 일을 손에서 놓아 버렸다. 그 시기에 이런 저런 일들로 너무나 버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학기 말에 정신을 차리고 나니 그 일을 놓아버린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SOUL 후배들의 수화 실력이 놀랍게 향상될 것을 기대하면서, 그리고 그 실력을 가지고 농아인들을 섬기고 성경을 수화로 번역하는 모습을 그려보면서 너무나 큰 기대감을 가졌었지만, 이제 그게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좋은 기회가 왔는데도 그걸 놓쳐버린 나 자신이 정말 원망스럽고 미웠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수화2 수업이 수강편람에 나타났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는 아직도 모른다. 폐강된 과목은 교양특론으로 다시 개설해서 두 세 학기 정도 수요를 확인하고 다시 정식 과목으로 열 수 있는데, 이건 그냥 "짠!" 하고 다시 생겨버렸다. 몇 년 전에 사라진 과목이 답장도 받지 못한 한 통의 메일로 다시 생길 수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정말 하나님이 하셨다!

살다 살다 수강편람보다 울기는 또 처음이었다. 내가 귀하게 여긴 일을 하나님께서 더 귀하게 생각하고 계셨다는 것, 그리고 그 일을 내가 알지 못하는 놀라운 방식으로 이루셨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다. 내 마음의 무거운 짐도 어느새 사라졌다. 내가 힘들어 놓아버려도 하나님께 붙드시는 일이 있다는 것, 그것이 농아인과 SOUL과 관계된 일이라는 것이 그때의 내게 정말 큰 위로와 용기를 줬었다.

이 때의 일이 요즘 자꾸만 생각나는 것은 지금도 그때와 비슷한 마음의 짐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오면서 내 마음 속의 계획은 복학해서 잘 따라가는 것, 그리고 한국머시쉽의 일을 지속적으로 돕는 것, 크게 이 두 가지였다. 그런데 어떤 일을 계기로 청년한동이라는 모임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그 후로 하나님께서 이 공동체에 대한 기대하는 마음을 주시기 시작하셨다. 그리고 결국 회장을 자진해서 맡게 되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뭘 어떻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도 아직도 잘 모르겠다. 지금도 난 이 단체가 누가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도 잘 모르고 청년한동 사람들 중에 내가 잘 아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다. 단체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여러가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만 아이디어는 그냥 아이디어일 뿐이다. 리더쉽에는 그 이상의 것, 확신과 용기 그리고 겸손이 필요하다.

200명이 넘는 한동 졸업생들, 그것도 서로 잘 모르고 학교도 다르며 각자의 삶이 너무나 바쁜 의치전생과 인턴레지던트 선생님들을 하나로 모은다는 것이 가능이나 한 일일까? 거기다 각자 가진 신앙도 다르고 신앙이 없는 사람들도 있는데 도대체 무엇으로 이 사람들을 하나로 모을 수가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다보면 한숨이 먼저 나온다.

그러나 이런 내가 힘을 낼 수 있는 이유가 한 가지 있다. 바로 하나님께서 청년한동이라는 단체를 참 사랑하시고 기대하며 지켜보고 계시다는 것이다. 내가 올 한 해 섬기려는 이 공동체는 하나님이 붙들고 계신 공동체라는 것, 내가 귀하게 여기는 이 일을 하나님께서는 더 귀하게 생각하고 계시다는 것 하나가 내게 확신과 용기를 준다. 그리고 언제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러나 언젠가는 수강편람을 펼쳐 들고 울었던 그 날의 감격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다.

그러니 맘 편하게 먹으련다. 그분이 다 하신다

2013. 2. 11

반응형

'특별한 이야기 > 청년한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기모임 포스터 (2)  (0) 2014.11.23
정기모임 포스터 (1)  (0) 2014.11.23
응답하라, 청년한동  (0) 2014.11.23
리더쉽이란  (0) 2014.11.23
청년한동의 시작  (0) 2014.11.23
  • 네이버 블러그 공유하기
  • 네이버 밴드에 공유하기
  • 페이스북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